경상북도 안동은 한국의 전통과 유교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립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고택체험 등으로 유명하지만, 안동의 진짜 매력은 정성과 손맛이 깃든 한식 밥상에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안동을 대표하는 세 가지 별미 — 간고등어, 안동찜닭, 헛제사밥 — 을 중심으로 전통의 맛과 여행 코스를 함께 소개합니다.

1. 간고등어 – 짠맛 속에 담긴 안동의 지혜
안동의 간고등어는 단순한 생선요리가 아닙니다. 내륙지방이라 바다가 멀었던 안동에서는 예로부터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간(소금)을 한 고등어’라는 의미로 간고등어를 만들었습니다. 소금에 절여 숙성한 고등어를 숯불이나 석쇠에 구우면,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안동 간고등어의 진짜 매력은 짠맛만이 아닙니다. 적당한 염도로 간이 배어 감칠맛이 뛰어나고, 지방이 풍부한 고등어의 살이 촉촉하게 살아 있습니다. 고등어를 한입 베어 물면 짠맛 뒤에 숨어 있던 고소함이 길게 이어집니다. 흰밥 한 숟가락과 함께 먹으면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도 진한 만족감을 줍니다.
안동 시내에는 간고등어 전문식당이 많으며, 대표 메뉴로는 간고등어정식이 있습니다. 반찬으로는 된장찌개, 묵무침, 김치가 함께 나와 전통 한식의 구수한 풍미를 더합니다. 가격은 1인분 1만2천 원 내외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 끼입니다.
2. 안동찜닭 – 매콤달콤한 전통 시장의 인기 메뉴
안동찜닭은 지금은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지만, 원조는 바로 안동 구시장입니다. 1980년대 초 닭골목에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퍼져나간 이 메뉴는, 간장 베이스 양념에 닭고기와 당면, 각종 채소를 넣고 졸여낸 음식입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간장 양념이 깊게 배어, 밥반찬으로도 훌륭합니다.
특히 안동 현지 찜닭은 서울 등 타지보다 간이 더 깊고 진한 편입니다. 넓적당면이 양념을 듬뿍 머금어 쫄깃하고, 감자와 당근, 양파가 함께 익어 고소함을 더합니다. 닭고기 역시 국내산 생닭을 사용해 부드럽고 퍽퍽하지 않습니다.
찜닭골목에서는 대부분 큰 냄비로 조리해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하며, 가격은 약 2만~3만 원 정도입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거나 김치와 함께 곁들이면 진한 단짠의 맛이 입안에 오래 남습니다. 이곳은 점심시간보다 오후 2~3시 사이 방문하면 비교적 한산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3. 헛제사밥 – 유교 문화의 깊이가 담긴 전통 밥상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 중 가장 독특한 메뉴가 바로 헛제사밥입니다. 말 그대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차린 제사상 음식’을 의미하며, 유교문화가 발달한 안동의 상징적인 음식입니다. 옛날에는 제사 음식을 미리 연습하기 위해 상을 차렸는데, 이를 ‘헛제사밥’이라 부른 것이 유래입니다.
헛제사밥은 일반 비빔밥과 다르게 전, 나물, 탕국, 장조림, 탕평채 등 제사 음식에서 볼 수 있는 반찬이 정갈하게 담겨 나옵니다. 밥 위에 고명처럼 얹어 먹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반찬을 천천히 맛보며 조상의 밥상을 되새기는 의미가 있습니다. 고소하고 담백하며, 느긋한 한정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헛제사밥을 전문으로 하는 한정식집이 많으며, 고택을 개조한 식당에서 먹으면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격은 1인 기준 1만5천~2만 원 정도이며,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4. 안동 맛집 여행 추천 코스
- 아침: 하회마을 인근 간고등어정식으로 든든한 시작
- 점심: 구시장 찜닭골목에서 안동찜닭과 당면의 진한 조화
- 오후: 병산서원 또는 월영교 산책
- 저녁: 고택식당에서 헛제사밥으로 전통 한상 체험
이 일정은 하루 동안 안동의 대표 음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었습니다. 전통 시장의 활기와 고택의 고즈넉함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유교적 정성과 소박한 인심이 음식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5. 안동 여행 꿀팁
안동은 시내 간 거리가 넓지 않아 자가용 또는 택시로 이동하기 편리합니다. 주요 맛집은 안동구시장, 하회마을, 월영교 인근에 모여 있으며,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아 여행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주차는 구시장 공영주차장 또는 하회마을 입구 주차장을 이용하세요.
간고등어정식은 오전 11시 이전에 방문하면 가장 신선한 구이를 맛볼 수 있으며, 찜닭골목은 주말 점심시간에 대기줄이 생기므로 평일 방문을 추천합니다. 헛제사밥은 미리 예약을 해야 고택 좌석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전통주와 함께 세트로 즐기면 더욱 풍미가 깊습니다.
결론
안동 맛집 여행은 단순한 미식 탐방을 넘어, 전통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정을 함께 느끼는 여정입니다. 짭조름한 간고등어의 풍미, 달콤짭조름한 찜닭의 깊은 맛, 그리고 정갈한 헛제사밥 한 상은 모두 안동의 정체성을 담고 있습니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안동의 한 끼가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꼭 느껴보세요.